베르사유 궁전 내부를 관람하고 건물 뒤쪽으로 나오면 이렇게 매표소가 또 있다. 뮤지엄 패스로 베르사유 궁전은 무료지만 정원은 티켓을 따로 구매한다. 동절기(11월부터 3월 중순)나 분수쇼가 없는 날에는 무료 개방하는 날도 있지만 동절기를 제외한 다른 날, 분수쇼가 있거나 행사가 있으면 당연히 요금을 받는다.
대기라인만 봐도 평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갔던 날에는 티켓을 따로 발매하고 있었고 대기 줄에 비해서 사람이 아직 많지 않아서 금방 입장할 수 있었다.
8.50 유로
현재 환률로도 11,500원 정도이니 저렴한 건 아니다.
2층의 아치형 창문을 보니 저곳이 '거울의 방'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사람에 치여서 '거울에 방'에서 창문 밖을 제대로 못 봤네.
입장하자마자 반기는 예쁜 정원.
이쪽에도 공사하는 건물들이 있었다. 옛날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계속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서 100년마다 나무들을 새로 심고 가꿨다고 한다. 지금이야 그렇게 갈아엎고 새로 심지는 않겠지만 최근에는 많은 태풍 피해로 여기저기 개보수를 많이 했다고 한다.
너무나 이국적인 분위기의 정원. 유럽의 정원 하면 저런 독특한 무늬의 잔디밭이 떠오르는데 여기도 그런 잔디밭이 있다. 하지만 2000년 초반까지도 잔디에 무늬는 없었는데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 같다.
이곳의 이름은 Orangerie 한글로 감귤원이라고 한다. 발음은 오랑쥬리*_*
오랑쥬리 미술관 때문에 많이 들어봤던 이름인데 철자까지 같은 걸 보면 같은 의미인가. 오랑쥬리 미술관이 원래 수목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거기도 오렌지 나무가 많았나 보다.
거울의 귀해서 거울이 방의 만들어진 것처럼 그 시절 오렌지도 매우 귀한 아이템이라 정원수로 심고 감귤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으로는 미니어처처럼 보이지만 저 가운데 사다리를 들고 가는 관리원을 보면 정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석조상과 청동(?)상의 콜라보가 특이하다
뒤로 보이는 연못이 물의 화단이다.
처음엔 신기해서 하나하나 열심히 찍었는데 조금만 걷다 보면 이런 게 수도 없이 있어서 모두 찍기를 포기하고 눈으로만 보게 된다. 눈썰미 좋은 분들이라면 연못 가장자리를 빙 둘러 이런 청동상이 줄지어 있는 게 보일 것이다.
제일 아래 회색 부분이 궁전이다. 정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궁전 바로 앞에 길쭉한 연못이 2개가 있는데 이곳이 물의 화단이다.
정원은 중앙에 큰길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다양한 분수와 작은 정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우린 이곳에서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기에 가운데 길 위주로 대운하까지만 구경하고 나왔다.
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다.
유럽여행을 가면서 비행기에서 볼 영화를 핸드폰에 2개 담아 갔는데 하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이고 하나는 로마 위드 러브'였다. 결과적으로 '로마 위드 러브'는 여행 마치고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봤고; 파리 도착하기 전 비행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 감상을 마쳤다.
배경을 보려는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보니 내용보다 화면에 집중하게 되었지만 영화 속의 그 장소를 본다는 건 괜히 더 설레는 포인트인 것 같다. 그래서 다들 성지순례라고 영화 촬영지를 그렇게 가나보다.
그중에 '미드나잇 인 파리'에 나온 한 장면. 청동상이 비슷한 모양이라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위치도 다르고 자세도 다르군...
그리고 정원의 메인 분수.
레토의 분수(Latona 's Fountain)라고 레토와 그의 아이들이 조각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분수란다. 저 여자가 누군가? 여왕인가 검색해보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부인. (그리스 신화 1도 몰라;) 뒤에 또 나오겠지만 그의 자녀들은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란다.
분수 가운데 있는 조각상이 레토와 아이들인가 보다. 주변엔 황금색 조형물들로 장식되어 있다. 날씨가 좋았지만 구름이 많아서 흐리고 맑고를 계속 반복해서 사진이 엄청 맑았다 흐렸다 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갔던 시간에는 분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근데도 분수가 작동하는 걸 잊게 만들 만큼 멋진 풍경이다. 분수는 그 일부분일 뿐.
정원 가운데로 길을 내서 확 트인 시원한 느낌이다. 저 멀리 보이는 십자가 모양의 희멀건한 부분이 대운하다.
분수에서 뒤 돌아본 궁전의 모습. 이렇게 보니 방이 2,300개 있었을 거 같기도 하고...
정원의 전체 전경도 담아본다.
또 미드나잇 인 파리.
분수대를 배경으로 떠들다가 한 바퀴 돌면서 처음 올렸던 스샷이 이 뒷 장면에 나온다. 영화의 설명에 따르면 베르사유란 말은 프랑스 고어로 '잡초를 뽑아낸 땅'이란 뜻이란다.
원래 이 지역은 습지였는데 땅을 파내고 메우고 평지를 만들어 정원을 만든 것이다.
레토와 아이들.
주변에 황금색이 뭔가 했더니 개구리였다.
왜 저리 목 놓아 우는 모습인 걸까.
애들아, 우리 여기서 기념사진 하나 찍을까?
애들아?
애들아~~~!!!!!!
친구들은 이미 저 멀리 가고 있다-_-
대잔디(한글 이름은 크롬 번역을 따른다;;) 로열 웨이(Royal Way)라고 부르는 큰 잔디가 조성되어 있고 양 옆으로 길이 나있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하얀 조각상이 길을 따라 장식되어 있다. 이 장식물은 12개의 조각상과 12개의 꽃병이 마주 보고 진열되어 있단다. 이제 보니 그러네*_*a
잔디밭이 깨끗한 이유. 낙엽을 열심히 치우고 계셨다. 사진 찍으려는데 자꾸 쳐다봐서 대놓고 찍지 못했다. ㅋ
하얀 조각상이 있는 길 옆으로 이런 샛길이 여러 개 있다. 저 안쪽까지 들어가면 다른 정원과 분수들이 있는데 우리는 시간상 구석구석 보진 않았다.
잔디밭의 끝. 대운하 앞까지 왔다.
홈페이지에는 추천 관람 경로를 표시해 두었다.
핑크색은 오전에, 보라색은 오후에 추천 경로이다. 오전은 1시간 30분 정도, 오후는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되어있다. 시간의 여유가 되면 이 경로를 따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숨은 정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그 앞에는 레토의 아들, 아폴론 분수(Apollo's Fountain)가 있다. 아쉽게도 여기도 분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 곳은 원래 왕의 수영장(Mirror Pool)이었다고 한다.
풀장 안에 설치된 분수의 모습이 꽤나 역동적이라 물을 뿜었으면 훨씬 멋있었을 텐데 좀 아쉬웠다.
홈페이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나이를 알 수 없는 고목들이 길을 만들고 있다. 너무 높아서 길 안쪽이 어두울 정도.
이런 길이 너무 흔하게 곳곳에 있다. 사실 잘 가꿔놓은 정원이나 분수대보다 이런 경이로운 자연의 길들이 훨씬 마음에 들었고 눈길을 끌었다.
백조의 호수운하
대운하까지 내려가면 보트를 타는 곳이 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운영을 안 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걷기만 해도 그냥 힐링이 될 것 같은 산책로.
대신 이렇게 긴 보트를 가지고 와서 직접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영국에서 조정대회가 유명한 걸로 아는데 프랑스도 일반인(?)이 쉽게 즐기나 보다.
구름이 너무 많아서 보는 방향에 따라서 날씨가 확확 바뀌는 느낌이다.
저 멀리 궁전으로 가는 대잔디 길이 보인다.
끼옥!😨 웬 괴 생명체인가 했더니 잉어인가??
조금 있으니 인기척을 느끼고 잔뜩 나타났다 ㄷㄷㄷ
보트를 타는 사람들을 피해 백조들이 도망친다. 이런 게 주변의 흔한 풍경이라니...
약간 음침해 보이는 게 이런 곳에 들어가면 내가 식재료가 될 것 같은 느낌.
대운하 옆으로는 매점도 있고 이런 식당들도 간간히 보인다.
백조 : 힘들게 보트 왜 탐?
블루 바이크 투어(BLUE BIKE TOURS)
소수 인원을 모아서 명소들을 같이 돌아보는 자전거 투어다. 성인 1인당 37유로 정도로 파리 시내에도 있는 투어인데 베르사유 근처에서도 이 투어가 있나 보다.
이 자전거를 보자마자 자전거 타고 베르사유 정원을 돌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우리 일행 중 자전거를 못(?) 타는 누가 있었기에 꿈도 못 꿨겠지? ㅋ
자전거 부럽.
전동 카트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정원 입구에서 신청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과 같이 온다면 이용해 볼 만할 것 같다. 가격이 누구나 이용하기엔 좀 비싸다. (최소 1 시간 34유로, 추가 15 분마다 8.5유로 )
운하 근처에 앉아서 쉬다가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 넓은 정원에서 무도회와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그때도 풀파티가 있었던 것일까.
훗, 그럴리가요..
조각상을 보고 바로 이 짤이 생각난...
대잔디 옆으로 멀지 않은 곳에 정원이 보이길래 들어가 보았다.
콜로네이드 그로브(The Colonnade Grove)
32개의 대리석 기둥으로 가운데 조각상을 둘러싸 그리스 신전 같은 느낌이 난다. 가운데 조각상은 아예 쌓여 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
사자가 엉덩이를 물고 있나 보다. 미술에 조예가 없으니 이런 조각상만 눈에 들어온다.
레토의 분수도 한 번 더.
친구들은 이미 저 멀리 가고 있어서 부랴부랴 찍고 뛰어가는데 이때 가방끈이 뚝! 하고 끊어졌다. 두둥!
R이 유럽 국가 간 LCC 비행 중에 분실을 우려해서 모든 짐은 가방으로 챙겨가라고 해서 아무도 캐리어를 가져오지 않았다. 다들 더플백이나 백팩에 챙겨 왔고 나도 분실해도 걱정 없는 좀 큰 더플백 스타일의 가방을 새로 샀던 건데 그 가방이 여기서 끊어진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에서 산 싸구려 가방이라지만 어떻게 쇠가 똑! 부러지나. 그것도 여행 첫날;
그래서 결국 등에 메고 다니는 가방으로 바꿨는데 이것도 지퍼가 고장 나서 아주 파국으로 치달았던 가방들. (역시나 같은 사이트에서 구매;)
한국에 돌아와서 쇼핑몰에 후기 올리고 환불 요구했더니 쿨하게 2개 가방 모두 환불해주긴 했다. 사실 쿨하지도 않았던 게 환불하면 후기가 무슨 게시판으로 옮겨진다길래 그러라고 하고 나중에 들어가 봤더니 후기가 비공개 게시판에 있어서 아무도 볼 수 없었다는... 누군가 아직도 그 가방을 사겠지?
이마에 묻은 새똥이 니 똥이냐...
그렇게 들어왔던 입구 쪽으로 다시 나왔더니 줄이 어마어마했다.
아침 일찍 왔어도 사람이 많아서 일찍 오나마나네 라고 생각했는데 일찍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금색은 중국만 좋아한 게 아니구나.
다시 봐도 화려한 외관이다.
에펠탑에 이어 여기도 여친을 예쁘게 찍어주려는 남자가 있었으니... 에펠탑 눕남은 여기로👈
베르사유 궁전을 다 보고 나오니 이런 지도가 눈에 띈다. 아침엔 급하게 빨리 줄 서야된다고 생각해서 못 보고 지나친 것들.
베르사유 궁전 앞에는 이렇게 큰 주차장이 있다. 이 곳은 무료이고 길가에 주차하는 건 주차기기에서 결제하고 티켓을 차에 꽂아놔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작년에 가족들과 렌터카로 갔다가 주차정산 기계와 한참을 씨름하던 중 베르사유 궁전이 파업으로 쉰다고 해서 그냥 왔던 기억이 있다 ㄷㄷ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면서 아침에 못 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 단풍과 함께.
베르사유 궁전의 관람은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갔던 날은 10월 초에 동절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어정쩡한 시기여서 분수도 틀어져있지 않았고 작은 정원의 조각상도 포장(?)되어 덮여 있었지만 나는 정원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유럽 여러 곳 중에서도 인상적인 곳으로 남았다.
커뮤니티에 '궁전만 보고 정원은 패스해도 될까요'같은 질문이 있던데 개인적으로 정원을 꼭 보라고 하고 싶다. 풍경을 보거나 정적인 게 별로인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정원이 궁전보다 백배는 좋았다. 물론 날씨가 받쳐 준다는 조건하에.
대운하 옆으로 시골마을을 예쁘게 꾸며놓은 트리아농은 처음부터 패스하기로 했지만 아쉽게도 못보고 그냥 지나쳐 온 멋진 분수들과 작은 (grove)정원들이 많다.
내가 프랑스에 다시 간다고 해도 파리 외곽에 있어서 베르사유 궁전을 또 갈 일이 있을까 싶지만 처음 가는 분들이라면 시간의 여유를 두고 방문해서 천천히 구경하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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