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긴 비행의 시간.
BUSINESS Class. 탑승시간이 되면 먼저 타고 먼저 내리는 특권을 받고 심지어 짐까지도 빨리 내린다. 자리도 비행기 제일 앞에 만들어 두었으며 일반석보다 훨씬 넓은 좌석, 고오급 기내식, 스튜어디스의 서비스까지... 비행기만큼 돈의 위력을 실감하는 곳이 또 있을까.
예전 비행기 값을 모를때 비즈니스 또는 퍼스트 클래스 어쩌고 하는 걸 들으면 극장에서 A석에서 돈 좀 더 주고 S석 끊는 수준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수준의 가격이 아닌 것을 알고 나서는 비행기 제일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달라 보였다. 뭘 했길래 저리 비싼 자리에 앉았는가. 비즈니스석의 사람들이 모두 배임, 횡령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들어가면서 급하게 찍었더니 촛점이 안 맞았다. 앞뒤 자리는 충분하지만 좌우 폭이 많이 넓은 편은 아니었다.
내 첫 번재 비즈니스 석은 도쿄에서 부산으로 돌아올 때 오버부킹 됐다면서 좌석을 업그레이드시켜줬었다. 스튜어디스가 와서 1:1로 인사를 하는 것도, 웰컴 드링크를 주는 것도, 기내식을 코스로 차려주는 것도 황송해 했었다. 큰 비행기가 아니어서 좌석은 평범했고.
두 번째 비즈니스는 오키나와 갈 때. (둘 다 일본이군)
생일 기간이 겹치기도 했고 카드사에서 나오는 1+1 티켓이 있어서 비싸더라도 반값 처리되니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대한항공이었는데 JAL 좌석보다 팔을 걸칠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있어서 폭이 더 넓었던걸로 기억한다.
이번이 세 번째 비즈니스 석이다.
좌석마다 담요와 실내화, 헤드폰과 어메니티(?) 백이 놓여있다.
광각으로 찍으니 엄청나게 넓어보이는군.
비행기에서 발을 뻗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다.
벽에는 리모컨이 달려있고 옆 좌석과는 뚫려있는 구조지만 칸막이를 세워 닫을 수 있다.
2:2:2 구조로 칸막이 너머로 이렇게 보인다.
의자가 2인 1조로 만들어졌나 보다. 안쪽 자리는 약간 폐소공포증 일으킬 구조다.
안녕~ 나리타.
비행기 출발할 때 저렇게 손 흔드는 인사는 누가 생각한 건지 칭찬해주고 싶다. 볼 때마다 손 흔드는 작은 사람이 너무 귀엽다.
웰컴 드링크로는 샴페인.
리모컨 상단에 도착 잔여시간이 표시된다. 앞으로 11시간 17분. 켁.
어메니티 백에는 마스크팩과 치약, 칫솔, 이어 플러그와 안대, 립밤까지 들어있다.
비행기가 출발하면 물수건을 가져다주고 기내식 메뉴를 고른다.
메뉴판이 따로 있는데 식사 종류와 드링크를 고르면 된다. 세부 메뉴는 접어두겠다.

셰프들의 사진까지 실려 있다.

드링크. 일본술 사케, 칵테일도 있다.
일본어, 영어 메뉴판이 각각 있다. 한글은 없음.

각 셰프들이 내놓는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고 사진도 있어서 선택하기 수월하다. 음식은 서양식과 일본식 중에서 골랐던 걸로 기억한다.

애니 타임 유 위시!
아무 때나 먹고 싶을 때 리모컨으로 주문하면 된다. 밑에 설명하겠지만 아무때나가 아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셰프들의 약력도 실려있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김 씨는 20년간 김밥집을 운영하며...' 이런 내용은 아니겠지?
평소 빵보다 밥인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웨스턴, 서양식을 골랐다.
이미 유럽 뽕에 취해있었는지 드링크도 레드와인. 처음에 와인을 가져와서 시음을 시켜주는데 너무 드라이한 것이(내 기준) '윽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튜어디스에게 전혀 내색하지 않고 '이 맛이야'라는 느낌으로 오케이 했다.
그대 눈동자 창문에 건배를...(2)
간장도 스포이드 같은데 들어있다.
샐러드와 빵.
강아지가 힘겹게 눈 똥 같은 모양의 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메인디쉬인 와규 등심 스테이크.
서양식은 메인을 생선과 소고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생선보다 고기가 좋으니까.
정확한 맛은 잊어버렸지만 양이 적어서 불평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가 먹은 일식이 훨~~씬 좋아 보였기에 스테이크는 무난했던 기억.
이것이 일식 패키지. 빨간 학은 플라스틱으로 젓가락 받침이다+_+
가이세키 같은 느낌의 도시락. 서양식과 비교가 되지 않는 예쁨이다.😭
그리고 본식은 밥이다! 서양식이 와규 스테이크라 좋아했지만 여기도 소고기 조림이 있고 생선구이까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꼭 일식으로 먹어야지 생각했다.
디저트는 밤 티라미수와 커피. 티라미수 안에는 커다란 밤 알갱이가 들어있었고 생각보다 달진 않았다.
유럽까지 챙겨간 TORO와 한 컷.
식사를 다 마치고 상(?)을 치우면 생수를 하나씩 나눠준다. 이제 취침시간이 시작될 테니 목마르면 부르지 말고 이걸로 해결하라는 뜻이겠지.
기본 헤드폰이 소니에 무려 노이즈 캔슬링까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효과가 그리 좋은 건 아니었고 그냥 노캔 경험 정도?
컨디션이 그닥이었던 R은 일찍 자릴펴고 잠자리에 들었다. 의자를 다 피고 누우면 이 정도 공간이다.
영화가 뭐 있나 뒤적이고 미리 다운받아왔던 예능도 좀 보다가 나도 잠시 잠을 청했다.
도착 잔여시간 2시간 49분. 벌써 7시간 넘게 날아왔다.
식사, 음료 메뉴를 선택해본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수두룩하게 뜨는 '종료되었습니다' 한정 수량이 모두 소진되면 주문할 수가 없었다. 애니타임 유 위시가 아니잖아!! 금방이라도 뭔가 소진될까 급하게 남아있는 거라도 주문해본다.
화딱지 나니까 시바s리갈도 추가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하면 끝.
이건 친구가 먹었던 우동.
나는 일본식 라멘. 일식 라멘은 간만 잘 맞춘다면 내 입맛에 잘 맞는다.
아이스크림은 뜬금없이 딘&델루카. 일본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라 사용하나 보다. 미국 본사는 최근에 파산신청했다던데...
고급 브랜드답게 바닐라빈이 속속 박혀있었다.
콩고기가 곁들여진 샐러드와 카레
시바s 리갈과 맥주 한 캔. 카레는 맛있었지만 사쿠라 라운지에서 먹은 카레가 훠~얼~씬 맛있었다.
그대의 눈동자에(고만햇!)
이건 친구가 먹은 과일이다. 친구는 나보다 일찍 주문해 먹었길래 뭘 저리 급하게 시켜먹나 했는데 품절이 있을 줄이야.
파리가 눈 앞에 보인다.
착시가 아니다.
유심도 준비하고
나라 간 이동시에 데이터 사용이 원활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이중으로 포켓파이도 준비했다.
드디어 도착.
구름이 많아 흐린 날이었다.
생각보다 공항은 훨씬 컸고 전기를 아끼느라 그런 건지 실내는 어둡고 우중충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시내로 가는 티켓 판매기 근처에는 사람이 몰려 있었다.
유럽 경험자였던 J는 취직이 확정되고 그동안 알바로 모은 돈으로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끼며 쪼개어 다녔던 지난날을 보상하듯이 열심히 우버와 택시를 이용했고 해외를 가면 항상 호텔에서 공항 픽업 서비스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곤 한다. 나는 그걸 고급병이라고 부른다(...) 뭐, 그것도 그만큼 버니까 할 수 있는 것이지...
번외로 친구가 비즈니스석을 고집한 이유는 고급병이 아니고 몸집이 한 덩치 하기 때문이다. J뿐만 아니라 R과 나머지 한 명인 H도 덩치가 커서 같이 다니면 씨름단인 줄... 그런 점에서 친구의 비즈니스석 고집은 완전 이해한다.
이들사이에서 나는 코치급이었으나 같이 처묵처묵한 결과 곧 한라장사급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쨌든 파리에 도착해서 우린 버스도 지하철도 아닌 픽업 서비스로(우버였던가?) 차를 타고 한 번에 호텔까지 이동했다.
금호타이어가 보여서 찍어보았다. 유럽에 삼성, LG가 아닌 한국 브랜드 간판이 있다니.
2차선 한가운데로 자전거 타는 여성은 무엇인가?! 너무 차와 같이 달려서 위험해 보였지만 이런 자전거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대중교통이었으면 1시간이 넘는 거리를 35분 만에 왔다. 저 멀리 우뚝 솟은 '하얏트 리젠시 파리 에투알'이 우리의 첫 번째 유럽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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